평소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팔레스타인 영화 한편을 보았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감독의 ‘오마르’라는 작품이다. 제66회 깐느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팔레스타인 영화를 향유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서구 문화는 미국을 통해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이외의 국가를 통해서 서구 문화가 직수입되기는 하지만, 미국을 통해서 수입되는 문화의 양과 비교할 바가 되질 못한다.
영화의 내용은 오마르라는 제빵 기술을 가진 주인공이 팔레스타인 장벽을 넘나들며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다가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마르는 친구인 ‘타렉’과 함께 ‘암자드’가 이스라엘 군인을 살해하는 일에 가담을 한다. 이후 이스라엘 비밀경찰은 범인을 타렉으로 특정 짓고 오마르를 연행하여 타렉의 행방을 취조한다. 오마르는 이스라엘 비밀경찰의 온갖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버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오마르가 변절한 배신자라고 생각을 하고, 오마르와 연인 관계인 타렉의 여동생 ‘나디아’ 역시 오마르를 의심하자 오마르는 이를 괴로워한다.
이스라엘 경찰이 실제 범인인 ‘암자드’가 아닌 ‘타렉’을 좇는 것에 의심을 품은 오마르는 친구 ‘암자드’를 추궁한 끝에 이스라엘 경찰의 끄나풀이 ‘암자드’라는 것을 밝혀낸다. 친구의 배신에 격분한 오마르는 ‘암자드’의 정체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폭로하려고 하나, ‘암자드’가 자신의 여자 친구인 ‘나디아’ 사이에 아기를 가졌다고 고백하자 오마르는 나디아를 걱정하여 암자드를 용서하기로 한다.
오마르는 ‘타렉’에게 ‘암자드’와 함께 암자드의 배신 행위와 나디아의 임신 사실을 이야기한다. 사실을 알게된 타렉은 격분하여 암자드와 몸싸움을 하게 되고, 결국 암자드에 의해 살해된다.
이슬람의 율법 상 혼전 임신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오마르는 자신이 나디아와 결혼하기 위해 모아둔 돈 전부를 친구 암자드에게 주고, 암자드가 나디아와 결혼하는 것을 돕는다. 시간이 흘러 오마르는 암자드와 나디아 집에 방문하게 된다. 아이들을 결혼 후 1년 이후에 낳은 사실을 알고 나디아가 혼전 임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스라엘 비밀경찰의 오마르에 대한 강요와 저항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결부시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현재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핍박을 보면 영화 속의 이스라엘 비밀 경찰의 비인간적 행위가 오버랩되면서 거기에 저항하는 오마르의 행위는 영웅적으로까지 여겨진다.
그러나, 자신의 여자친구 나디아가 혼전 임신했다는 친구 암자드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친구와 결혼을 시켰다는 점, 친구의 거짓말로 인해 자신이 위험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 친구를 용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오마르는 영웅이 아니라 남성중심 문화에 의해 태어난 괴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혼전 임신한 여성은 명예 살인의 대상이 되고, 결혼의 결정은 여성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가족의 남성 대표자에 의해 진행되는 등의 이슬람 문화는 폭력적 남성중심 문화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간만에 팔레스타인 영화를 보면서 기대를 했던 본인은 영화 속에서 남성 중심 문화의 폭력성만 확인하게 된 것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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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사망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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