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국 관련 서적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었다. 초기에 나왔던 중국 관련 서적은 대부분 개방 이후의 중국의 정책이나 중국 문화에 대한 것들이었고, 이후 중국이 경제 발전을 성취하기 시작했을 때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나 중국에서의 무역, 사업에 대한 지침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 관련 내용을 다루는 서적들이 취급 내지 언급하는 내용이 상이하더라고, 이들 서적들에게는 서로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중국에 대한 이해 정도는 입문서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련 책들을 많이 접해본 독자라면 처음에는 이들 책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는 마련할 수 있으나, 이후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에 대해서는 갈증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남이 가르쳐 주지 않는 이상,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방문하여 스스로 체득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돈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래서 비록 중국에 대해 깊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경제적, 시간적 이유로 인해 궁금증 해소를 나중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던 이들이 많았으리라.
이번에 출판된 ‘배낭에 담아온 중국’은 그동안 중국 관련 도서를 통해서는 채우지 못했던 중국에 대한 탐구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은 지은이 우샹후이가 두 아들의 대학 졸업을 맞이하여 아들과 함께 중국 대륙을 종단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기행문 형식으로 서술한 책이다. 우샹후이는 진보적 성향의 대만 언론인으로 그동안 대만의 권위체제를 비판하며 언론의 자유를 몸소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대만인이 중국 대륙을 여행하며 기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즉, 제3의 위치에 있는 중국인의 시각으로 서술함으로써 현재의 중국을 주관적 시각이 아닌 객관적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 나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무척 어렵다. 더군다나, 중국 문화를 잘 모르는 제 3국의 사람이 중국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겠다.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이나 비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높고, 현실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으로 무장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또한 앞서 이 책은 기행문 형식으로 씌여졌다고 밝혔듯이, 기존의 중국 관련 책에 비해 서술이 딱딱하지 않고 일상을 이야기하듯 평이한 단어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중국의 현실에 대한 단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느끼는 주관적 소회도 드러나고 있어, 현대 중국을 바라보는 대만인의 시각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기행문 형식 답게 주제별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여행 지역 별로 묶여 있따. 1장은 헤이허, 하얼비 등 중국의 동북지방을, 2장은 선양, 베이징, 다롄 등 중국의 중심부를, 3장은 다롄, 칭다오, 상하이 등 중국의 경제 중심부를, 4장과 5장은 미래의 중국을 엿볼 수 있는 상하이와 홍콩을 각각 다루고 있다.
기행문이라면, 주로 여행하며 겪는 사건 내지 문화적 체험을 위주로 서술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책도 중국 여행 과정에서 겪는 문화적 체험을 서술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지은이가 현재의 중국을 단순히 共時的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이 책에서 다루는 지역을 중국의 역사와 결부하여 독자로 하여금 중국에 대한 通時的 이해를 할 수 있게끔 도모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하겠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듯이 현재의 중국이 왜 이런 모습을 가지는가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서술한다.
이는 이 책은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중요 장소를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시각으로 서술함으로써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깊게 해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 책에도 단점은 물론 존재한다. 아들과 아버지의 여행으로 완성된 책이어서 인지 몰라도, 책의 중간 중간에 보이는 지은이 자신의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책에 몰입하는 것을 때때로 저해한다. 지은이가 자신의 아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은 아버지가 느끼는 당연한 감정임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장소와 관련이 없는 자식과의 대화 내용이 글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어, 경우에 따라 신변잡기적 내용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현재 중국의 모습을 과거 역사와 결부시켜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독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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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사망늑대
Eule der Miner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