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느낌의 서부영화이다!' vs '구색만 겨우 갖춘 진부한 서부영화이다' 라는 상반된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호평하는 쪽이든 혹평하는 쪽이든 이 영화의 장르가 서부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매즈 미켈슨이 주연인 이 영화는 기존 서부영화와 100% 일치하는 듯한 외양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기존 서부영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서부영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미국영화협회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AFI defines "western" as a genre of films set in the American West that embodies the spirit, the struggle and the demise of the new frontier.
미국영화협회(AFI)는 서부영화(Western)를 "미국서부시대에 있었던 신개척지의 정신, 투쟁 그리고 종말을 구현하고 있는 영화들(집합)"을 묶는 하나의 장르(종류)로 규정한다.
즉, 서부영화는 (1)서부시대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2)신개척지의 정신 (3)투쟁 (4)종말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통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서부시대는 구체적으로 서부개척시대라고 할 수 있다. 위키백과에는 서부개척시대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서부 개척 시대(西部開拓時代)는 19세기 (특히 1860년대부터 1890년까지)에서, 북아메리카의 시대 구분의 하나. 올드 웨스트(Old West), 와일드 웨스트(Wild West)라고도 불린다. 시대 구분과 함께 이 시대의 프론티어 스트립 (노스다코타에서 텍사스까지 남북에 걸쳐 6개의 주)의 역사, 전설, 신앙 등 문화적인 의미를 포괄하는 용어이기도하다. 1848년에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 러시의 도래가 개척을 뒷받침했다. 또, 1869년에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철도가 개통했다. 한편 원주민인 인디언에게는 갑자기 온 침략자들에게 자신들의 땅을 강탈당한 데다 살육 된 시대이기도하다.
- 위키백과 -
이 당시는 미국 서부지역은 굉장한 혼란의 시기였다. 1865년 링컨 사망 이후, 흑백의 갈등, 원주민과 개척민간의 갈등,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 등이 첨예하게 발생하던 시기이다.(미국드라마 'Hell on Wheels' 가 바로 이 시기의 서부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서부시대'는 단순히 시대와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혼돈의 시간과 공간'의 의미까지 함께 내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서부시대'는 즉, '서부시대'라는 것은 19세기라는 시간적 배경과 미국의 서부 지역이라는 지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혼돈의 상태를 의미하고 있는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신개척지의 정신은 무엇인가?
기존의 사람이 살고 있지 않던 척박한 환경에서 주인공이 노력하여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정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의 투쟁은 총잡이 간의 총싸움이다. 총싸움은 여러 양상으로 전개되는데, 대개 공정한 총싸움과 불공정한(혹은 비겁한) 총싸움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로 합의된 공정한 방법을 통해 1 vs 1의 대결을 결투라 칭한다.결투는 일정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상태에서 총을 뽑아 상대를 맞추는 총싸움 방법이다. 결투는 오로지 속도와 정확성으로 실력을 겨루는 것이다.
서부영화는 소위 '영웅'으로 구전되던 이야기의 주인공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서부영화가 성행했던 1950-1960년대는 미국 경제의 호황기였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물질적 풍요는 신으로부터의 우연한 선물이 아닌 자신들의 성실한 노력으로 획득한 정당한 것이라는 가치-바로 서부영화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정당화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 다루겠다.)
(4) 종말은 악인은 결국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선인은 영웅으로서 칭송을 받고 투쟁의 결과물로 여성과 맺어진다.
勸善懲惡. 착함을 권장하고 악함을 징벌한다는 세계관에 전적으로 부합되는 것이다. 거기에 주인공의 영웅적 행위에 대한 보상의 하나로 여성 주인공과 맺어지는 설정이 더해진다.(작품에서 남성주인공과 여성주인공의 관계는 여성을 하나의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극악한 정도의 남성중심주의 사고가 바탕으로 깔려 있다. 이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後述한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서부 영화는 19세기 미국의 서부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노력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악인을 만나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이겨 악인을 물리치고 선(善)을 수호하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앞서 살핀 서부 영화의 정의를 바탕으로 웨스턴 리벤지(The Salvation)를 살펴보자.
먼저, 웨스턴 리벤지(The Salvation)의 배경은 시대적으로나 공간적으로 (1)에서 이야기하는 서부시대와 부합한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미덕이 (2)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작품을 들여다봐야 한다. 웨스턴 리벤지(The Salvation)에서 (3)의 투쟁은 1 對 多의 양상으로 벌어진다. 물론 주인공에게 조력자는 있지만, 첫 조력자는 죽임을 당하고, 두 번째 조력자는 전문 총잡이가 아닌, 단순 가담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작품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온전히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많은 악당을 상대로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는 없다. 주인공은 본래 전문 총잡이도 아니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민와서 새로운 땅을 개척하여 이제 겨우 끼니를 이어갈 수 있는 형편이 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악당과의 결투는 정정당당한 결투를 할 형편이 아닌 것이다. 대다수 서부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영웅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아마도 주인공이 여타 다른 서부영화와 같이 '영웅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결투의 양상은 정정당당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4)의 결말은 기존의 서부영화와 같이 권선징악으로 끝맺음을 한다. 따라서 영화의 결말은 기존 서부영화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웨스턴 리벤지(The Salvation)는 서부 영화인가? 이에 대한 답은 (3)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수 있을 듯하다. 작품에서 촛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 바로 (3)의 양상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웨스턴 리벤지(The Salvation) 아닌가. 원제 The Salvation은 자력구제(自力救濟)를 의미하고,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 역시 '서부의 복수'를 의미한다. 결국 작품의 주된 주제는 주인공이 스스로의 힘으로 개인의 원한을 갚는 과정임을 제목에서 말해주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ㄱ)악인1의 주인공 가족에 대한 악행 → (ㄴ)주인공의 복수 → (ㄷ)악인1의 죽음 → (ㄹ)악인1의 형인 악인2의 복수 → (ㅁ)주인공의 시련 → (ㅂ)주인공의 복수 → (ㅅ)악인2의 죽음 → (ㅇ)대단원
으로 진행을 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주인공과 악인 간의 얽히고 얽힌 복수의 순환 끝에 선(善)한 주인공이 악(惡)한 상대편을 무찌르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ㄱ)부터 (ㅇ)까지의 서사 진행은 다른 서부영화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ㄱ)의 대한 (ㄴ)의 행위는 그야말로 자력구제이다. 자신의 가족이 악인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고, 그 악인이 자신의 눈 앞에 있다면, 어느 누가 자력구제의 유혹을 떨칠 수 있을까? 주인공은 자력구제를 통해 정의를 실현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서부영화와 다를 점이 없는 부분이다.
여느 서부영화와 다른 점은 (ㄹ)이후의 전개이다. 보통 여느 서부영화의 경우 (ㄹ) 이후 부분부터는 악인의 자력구제를 통해 진행된다. 악인의 행위는 기존의 정의구현체제-즉, 법 시스템-에서 정당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법 시스템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존 서부영화와는 정반대로 악인이 저지르는 악행은 기존의 법시스템의 보호를 받는 반면에 주인공의 정당한 행위는 법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함으로 인해 사건이 진행되는 것이다.
결투의 긴박함, 결투의 결과 등은 기존 서부영화의 진행 방법과 유사하다고 할 지라도, 작품의 성립 근간이 되는 결투의 원인이 사회 시스템의 부당함으로부터 유래한다고 볼 때에, 이 작품은 기존 서부영화의 장르의 특징을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유형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ㄹ) 이후 부분부터 서사 진행을 보면, 악인2는 기존 정치 체제의 지원과, 경제적 지원, 사법 체제의 지원을 등에 업고 주인공을 핍박하게 되고, 정치, 경제, 사법 체제로부터 고립된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자력구제를 통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내용이 이 작품의 주요 서사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사회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시민이 고통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서부영화의 장르로 귀속하여 여느 서부영화와 동급으로 취급하여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웨스턴 리벤지(The Salvation)은 단지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할 뿐, 과거-현재-미래 로 이어지는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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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사망늑대
Eule der Miner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