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의어, 동음이의어 등을 이용한 말장난(pun)은 어린 시절부터 자주 즐기던 놀이이다.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기에 인간에게 말장난은 본능적인 유희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연애'는 바로 가장 친근한 유희인 말장난을 사용하여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자 노력한 작품이다.

예를 들어 이 작품에는 '조슬잡고', '사발로마', '족가시오' 등의 욕과 비슷한 말들을 한자를 이용한 사자성어로 활용하고 있다.

참고로, 위의 말에 대한 작품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 조슬잡고(眺膝雜苦): 무릎을 마주하고 괴로움을 함께한다는 뜻으로 남의 아픔을 함께하는 품성을 의미

• 시발로마(施撥勞馬): 경주마처럼 열심히뛰고 근면성과 남들에게 베풀줄 아는 인품을 가졌다는 의미

• 족가시오(足加示梧): 만족을 더하여 깨달음이 보인다는 뜻으로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미덕을 일컷는 말


2015년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한자 사용이 보편적이지 않다.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한자 사용이 보편적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가히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한자의 사용보다는 영어의 사용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자가 아닌 영어로 pun 을 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의 전개는 전형적인 로멘틱 코메디 장르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로멘틱 코메디의 전형을 따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아무 불편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장점이라고 할 이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이다. 이전에 제작된 로멘틱 코메디와 아무런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퇴보한 느낌마저 준다. 


한국 영화에 있어서 로멘틱 코메디는 친숙한 장르가 아니다. 로멘틱이란 단어의 뜻에서 내포하듯이 작품에는 어느 정도 성(性)적인 부분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우리 한국 사회에서 성(性)은 편집증적이라고 여겨질 만큼 회피하려고 하는 부분이다. 성(性)을 내세우게 될 때는 아예 성인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를 마다하지 않고, 성적인 부분에서 이슈화 되어 흥행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로멘틱 코메디 장르를 표방하고 제작한 작품은 성(性)적인 부분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인 '결혼 전야', '워킹 걸' 모두 상당부분의 성적인 표현이 작품에 존재하지만, 이를 이용해 흥행을 노리지는 않았다. 위 2 작품 모두 흥행에 실패한 결과를 보였지만, 이를 두고 성적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마케팅의 실패라고 보긴 어렵다.


제목 '오늘의 연애'는 오늘의 날씨라는 어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여자 주인공이 TV 방송에서 '오늘의 날씨' 코너에 출연하는 날씨 캐스터로 설정되어 있고, 작품의 시작과 작품의 포스터 역시 오늘의 날씨를 컨셉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남성 주인공, 날씨 캐스터인 여성 주인공의 직업이 작품의 내용과 관련이 있을까? 작품의 서사적 진행에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겨우 여성주인공의 경우 해고 사유가 '공인'이기 때문에 통하는 정도가 작품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나 할까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결국 작품의 서사적 내용은 주인공의 직업, 성격 등과 관련을 맺지 못하고 그저 로멘틱 코메디 전개의 공식을 반복만 할 뿐이다. 


로멘틱 코메디의 흔한 스토리 전개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참신함을 잃은 대표적인 작품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더우기 이 작품의 흥행을 위해 같은 대기업 계열사인 제작사, 배급사가 개봉관 몰아주기 등의 행동을 하면서 다양한 한국 영화가 개봉할 극장을 잡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등의 잡음이 많았던 점을 비춰본다면, 이 작품의 완성도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WRITTEN BY
사망늑대
Eule der Miner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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