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란 무엇을 말함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의 본질, 영화의 기능, 영화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만 답을 할 수 있다. 거기에다 개인마다 각 부분에 대한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의 답은 그 사람만의 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는 영화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려고 한다. 이는 본인도 마찬가지이다. 이유가 뭘까? 좋은 것은 나눠야 한다는 강박관념? 아니면 좋은 사고, 가치관을 공유함으로써 일관성있는 공동체의식을 만들기 위해? 그 무엇도 영화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설명시켜 주기에는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간만에 한국 영화로서 좋은 영화라고 칭송받을 만한 작품이 나왔다. 그동안의 한국 영화는 소위 외적 팽창에만 몰두한 감이 없지 않은데, '소설포비아'라는 이 작품은 최근에 만들어진 한국 영화의 완성도를 훌쩍 넘어서는 수작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된다.

먼저, 영화의 바탕이되는 각본의 완성도는 만점에 가깝다.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조에는 흠을 잡을 만한 구석이 없다. 소재 또한 2000년 이후 사회의 한 요소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에 대한 모습을 포괄적이고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온라인 상의 접속의 형태인 트위터, 쪽지, 채팅, 온라인 카페 등 가능한한 모든 종류를 흐름에 맞게 배치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인 부분인 현피, 온라인 별명 등을 핵심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이 온라인 안에서만, 현실사회는 현실사회에서만 그 기능을 다 할 뿐 서로 섞이지 않는다면 사회 요소의 한 축으로 '온라인'이라는 것이 인정 받지 못햇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온라인과 현실 사회가 이미 분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고 혼재되어 있다.

온라인 상의 익명성과 현실 사회의 익명성은 그 의미가 다르고, 해킹이라는 온라인 상의 범죄가 온라인 상에만 그 피해를 입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 사회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 영화는 꽤뚫고 있다.

독립 영화라는 분야 자체가 상업적 투자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적은 자본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제작 환경은 열악할 수 밖에 없으나, 반대로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감독이나 제작작의 소신대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감독이나 제작자의 최우선 목적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 영화는 상업성 보다는 이념성에 보다 경도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 영화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폭로하면서도 상업적 재미를 함께 성취하고 있어 소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몇 안되는 영화 중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이 영화의 관객 수가 겨우 25만 명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 안타깝다. 대기업 자본을 들여 붇는다고 명작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님을 이 작품이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데뷔작으로 이 영화를 만든 홍석재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WRITTEN BY
사망늑대
Eule der Miner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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